"알텐베르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두쿠르스와 차이가 없다면 분명 그를 넘어섰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 시즌 스켈레톤 세계랭킹 1위 윤성빈(24·강원도청)은 과연 이 종목 황제라 불리는 마르틴 두쿠르스(34·라트비아)를 뛰어 넘었을까.

대한민국 스켈레톤·봅슬레이 대표팀을 이끄는 이용 총감독은 지난해 12월 30일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6차 대회가 열리는 독일 알텐베르크로 떠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6일 윤성빈은 월드컵 6차 대회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며 자신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세계에 알렸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3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월드컵 6차 대회는 대한민국 동계 스포츠 사상 썰매 종목 첫 금메달이란 대업을 이루기 위해 그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윤성빈은 이번 대회 전까지 올 시즌 5차례 월드컵에서 두쿠르스에 3승 2패로 앞서며 세계랭킹 1위를 지켰지만 그를 넘어섰다는 확신을 주지는 못했다.

그 동안 북미권 트랙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유럽에서 두쿠르스에 열세를 보였다. 그 중에서도 IBSF 공식 인증 16개 경기장 가운데 코스 난도가 가장 높은 알텐베르크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4∼2015시즌 10위를 했고, 2015~2016시즌에는 12위로 부진했다. 우승권에서 경쟁을 벌인 지난 시즌도 1, 2차 시기 모두 5위에 머물며 만족스럽지 못했다.

올 시즌 두쿠르스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윤성빈이 알텐베르크에서도 대등한 레이스를 펼치거나 앞선다면 진정한 1인자의 칭호를 얻을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이 나온 이유다.

윤성빈은 주변의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듯 알텐베르크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레이스로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 최강의 스타트로 폭발적인 초반 가속력이 붙은 윤성빈의 썰매는 거침이 없었다. 그 동안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악명 높은 트랙에서 군더더기 없는 레이스 운영을 했다.

이는 두쿠르스에 1초21이나 앞선 결과로 나타났다. 올 시즌 4승 2패로 확실한 우위를 점하며 지난 시즌까지 8연속 세계랭킹 1위를 지켜온 두쿠르스의 독주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기도 했다.

더욱이 윤성빈은 올 시즌 미국 파크시티(2차 월드컵), 캐나다 휘슬러(3차), 독일 빈터베르크(4차)에 이어 알텐베르크에서도 우승하며 북미와 유럽을 가리지 않았다. 1, 5차 대회도 간발의 차로 2위를 하는 등 기복 없는 레이스를 선보였다.

성빈은 오는 13일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리는 월드컵 7차 대회에서 5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20일 독일 쾨닉세에서 펼쳐지는 월드컵 8차 대회에 불참하는 만큼 7차 대회는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 실전 무대다.

두쿠르스에 확실한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 7차 대회에서도 격차가 벌어지지 않는다면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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