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게 다시 한 번 '공한증(한국을 두려워하는 증상)'을 심어주겠다던 신태용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손흥민(토트넘), 기성용(스완지시티), 권창훈(디종) 등 유럽파가 빠진 상황에서 가동된 플랜 B에서 공격은 합격점을 받았지만 수비는 실망스러웠다.

2017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첫 단추를 잘못 꿴 한국은 중국전의 무승부를 뒤로 하고, 불안한 수비 라인 재건이라는 숙제를 떠안았다.

9일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전에서 한국은 전반 초반 수비 라인이 급격히 흔들리며 이른 시간 선제골을 내줬다. 수비라인을 잔뜩 끌어올리며 한국을 압박한 중국의 작전이 먹혀들었다. 특히 오른쪽 측면을 집요하게 파고 든 중국의 공격이 돋보였다.

전반 9분 양리우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땅볼 크로스를 웨이스하오가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뽑아냈다. 한국 수비수들은 패스 길목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정신이 번쩍 든 한국은 전반 12분 김신욱(전북)이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고, 7분 뒤에는 이재성(전북)이 골 맛을 보며 역전에 성공했다.

공격은 압도적이었지만 수비가 발목을 잡았다. 특히 후반 들어 중국이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전환하면서 당황했다. 상대의 전술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허둥댔다.

중국은 한국 풀백이 오버래핑에 가담하면서 빈 공간이 생기자 그 틈을 노렸다. 좌우 측면에서 마음껏 크로스를 올렸고 후반 31분 유다바오가 머리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장현수(FC도쿄)와 권경원(톈진 취안젠) 두 명의 중앙 수비수들의 대처도 아쉬웠다. 상대 공격수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하면서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사실상 이 대회에 참가한 수비수들 대부분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터라 시급한 조치와 보완이 필요하다.

다음 상대는 북한이다. 오는 12일 남북전이 예고돼있다. 북한은 일본전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골 결정력의 세밀함은 떨어졌지만 공격수들의 움직임과 파괴력은 일본을 압도했다.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신태용 감독은 경기 전 중국전을 시작으로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날 보여준 불안했던 수비는 축구팬들의 믿음을 얻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이 남은 경기에서 수비 불안을 종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