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베테랑' 박철우는 지난 20일 OK저축은행전에서 패한 뒤 팀 동료 박상하에게 "머리를 자르자"는 말을 던졌다. 농담 삼아 내뱉은 박철우의 한마디에 박상하는 "나는 빡빡 밀어도 된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두 선수의 대화를 필두로 삼성화재에는 '이발 열풍'이 불었다.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우리카드를 상대한 삼성화재 선수단이 약속이라도 한 듯 짧은 머리로 등장한 이유다.

짧아진 머리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삼성화재는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삼성화재는 이날 풀세트 접전 끝에 우리카드를 3-2(25-20 21-25 27-29 25-21 15-12)로 꺾었다.

경기 후 만난 박철우는 "예전에 기사를 봤는데 야구 선수들이 머리를 자르면 성적 30%가 오른다더라"면서 "이길 수만 있다면 100번이라도 자를 수 있다"고 웃었다.

박철우는 팀 승리를 위해 외치고, 또 외쳤다. 수훈선수 인터뷰 때 잔뜩 목이 잠겨 말이 잘 나오지 않았을 정도다.

박철우는 "미친 듯이 악을 지르자고 했다. 배구를 못할 수도 있지만, 의욕에서는 지지 말자고 했다. 지고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3세트가 조금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는 좋았다"고 돌아봤다.

라이트 공격수인 박철우는 24점, 공격성공률 66.66%를 기록했다. 고비 때마다 타이스(34점)와 공격을 양분하며 득점을 양산했다.

어깨를 으쓱할 수도 있는 성적이지만, 박철우는 한껏 자세를 낮췄다. 오히려 자신이 아닌 타이스가 중심이 돼야 팀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철우는 "나도 공격을 많이 때리면 좋다. 하지만 한 팀에 에이스가 둘이 될 수는 없다. 에이스를 살려줘야 한다"면서 "배구는 세 번 밖에 터치를 할 수 없다. 비슷한 선수가 있다면 공을 나눠줘도 되지만 월등히 좋은 선수가 있으면 그 선수가 마지막 터치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박철우는 "내가 에이스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팀이 이길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 난 그저 목만 매번 쉬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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