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준비했던 유럽 원정 2연전에서 신태용호는 한국 축구를 더욱 더 깊은 수렁에 빠뜨렸다.

거스 히딩크 전 감독 후폭풍으로 갈피를 못 잡았던 신태용 감독은 이번 2연전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스위스 빌/비엔느의 티쏘 아레나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 1-3으로 완패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에서 유여곡절 끝에 본선 행을 이뤄냈던 신 감독은 이번 유럽 원정 2연전을 준비하면서 K리그 소속 선수들을 배려해 전원 해외파로 선수단을 꾸렸다.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부상에서 회복한 기성용(스완지 시티), 이청용(크리스탈 펠리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권창훈(디종) 등 유럽파 선수들을 대거 불러 들였다.

그동안 지적돼왔던 수비수에는 중국 슈퍼리그 선수들도 어김없이 뽑혔다.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김주영(허베이 화샤), 김기희(상하이 선화) 등이 이번 유럽 원정길에 동행했다.

해외 리그에서 뛰는 만큼 기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

김주영은 지난 7일 러시아와 첫 경기서 2개의 자책골을 기록하며 팬들의 질책을 받았다. 김기희는 모로코전에서 치명적인 실수로 상대 공격수에게 골을 헌납했다.

한창 순위 경쟁중인 K리그를 위해 K리거들을 뽑지 않았다는 점을 제외하고도 이번 2연전에서 보여준 해외파들의 전체적인 기량은 그야말로 수준 미달이다.

이들은 K리그보다 수준이 높은 해외 리그에서 뛴다는 점에서 대표팀의 명단에 단골 손님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그 동안 보여줬던 이들의 실력은 기대감은 커녕 실망감과 분노만 안겨줬다.

그동안 해외파 선수들 대부분은 소속팀에서 제대로 된 기회를 잡지 못하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K리거들보다 더 많은 점수를 받으며 대표팀에 무혈입성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손흥민을 제외하고 소집된 대부분의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이번 2연전에서 그 실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제대로 된 압박은 볼 수 없었고 부족한 선수 탓에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선수들은 갈팡질팡하며 상대의 먹잇감이 됐다.

신 감독이 정상적인 전술을 운영할 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선수들의 이해도는 과연 국가대표가 맞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중원에서 압박은 실종됐고 공격수들은 상대 수비수들에 묶였다. 여기에 모래알 조직의 수비는 그야말로 참담했다. 2경기서 7골을 내준 것이 단적인 예다.

그 동안 한국 축구의 강점으로 꼽혔던 측면 공격도 사라졌다. 간간히 이어지던 크로스와 패스는 경기를 지켜보던 축구팬들의 한숨을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이번 유럽 원정 2연전에서 보여준 해외파들의 기량은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K리거들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

이제 신태용 감독에게는 남은 기회는 많지 않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남은 준비 기간 동안 K리그 선수들을 불러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는 11월 국내에서 두 차례 평가전을 준비하고 12월에는 일본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 대회에 참가한다. 내년 1월에는 약 2주 동안 해외 전지훈련과 3월에도 두 차례 평가전이 예정돼 있다.

K리그 선수들의 합류로 신 감독은 조금이나마 숨통을 틀 수 있게 됐지만 소속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는 해외파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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