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구단버스는 27일 기준 114경기를 치르는 동안 총 1만8000㎞여를 달렸다.

앞으로 30경기가 남아있고 가을야구 진출이 확실시 돼 주행 거리는 지난시즌 보다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어마어마한 몸값의 선수들이 구단버스에 몸을 맡기고 있어 신경이 더욱 곤두선다.

이 때문에 선수들이 구단버스에 오르는 순간 감독은 운전기사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운전대를 잡는다.

KIA 구단버스 1호차 운전기사 최종혁(41) 주임은 이렇게 말하며 지난 23일 오후 11시께 롯데 전을 마치고 나온 선수들을 태우고 원정 상대가 있는 대전(한화)으로 출발했다. KIA는 오는 30일까지 대전과 마산(NC), 대구(삼성)에서 경기를 치른 뒤 31일 광주로 돌아온다.

최 주임은 3년 전 KIA 구단버스를 운전했던 기사들의 정년 퇴임으로 인한 결원이 생겨 10여년 정도 했던 고속버스 운전대를 놓았다.

그는 "구단버스를 처음 운전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TV에서만 보던 선수들이 먼저 인사를 하고 감독이 '안전 운전 부탁한다'며 음료수를 주니까 운전 내내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고 이야기했다.

시간이 흘러 원정 버스 3대 중 1호차를 운전하는 베테랑이 됐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은 절대 놓치 않는다.

그는 "프로야구 특성상 야간 주행이 많다. 과속하는 대형트럭이 추월하면 아찔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간혹 원정경기를 따라오는 팬들이 선수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구단버스와 나란히 달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1호차에는 주로 감독과 투수, 용병, 통역 등이 탑승하고 2호차는 야수, 운영진 등은 3호차에 탄다. 수억원에서 100억원을 받는 선수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도 있어 운전에 만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이동 전날에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기에서 진 날은 더욱 조심스럽게 운전 한다.

그는 "경기에서 이긴 날은 선수들이 이동 중에 책도 읽고 게임도 하고 음악도 듣는 등 활기차지만 졌을 때는 적막만 흐른다. 그럴 때는 선수들이 잠이라도 편하게 잘 수 있도록 방지턱을 넘을 때도 속도를 최대한 줄이는 등 좀더 세심하게 운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 시즌은 초반부터 KIA가 1위를 질주하고 있어 활기찬 운전이 많았다. 연패를 해도 선수들이 예전과 달리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이다"고 전했다.

특히 "원정경기에서 선수들은 구단버스에서 최대 3시간 이상 보내기 때문에 제2의 휴식공간이 될 수 있도록 쾌적한 환경 유지를 위해 노력 한다"며 "발받침대를 미리 준비하고 에어컨을 가동시켜 놓고 이동 중에 책을 읽는 선수에게는 맞춤형 독서 등을 켜놓는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팀과 운명을 같이하고 있어 집안의 경조사는 챙길 수가 없다. 결혼은 포기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감독은 동생처럼, 선수들은 형처럼 대해준다. 간혹 지인의 부탁을 받아 사인을 요청하면 짜증내지 않고 해준다. 팀과 같은 운명인 것 같다. KIA가 우승 할 수 있도록 운전대를 잡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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