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 때문에 레이스를 망쳤다. 예전에는 레이스를 하면서 극복했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가 자신의 마지막 세계선수권대회 100m에서 3위에 그친 뒤 밝힌 소감이다.

볼트는 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7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95로 결승선을 통과해 3위에 머물렀다.

저스틴 개틀린(35·미국)이 9초92를 기록해 금메달을 땄고, 9초94를 기록한 미국의 '샛별' 크리스천 콜먼(21)이 은메달을 가져갔다.

이날 100m 결승에서 볼트의 스타트 반응속도는 0.183초였다. 결승에 나선 8명의 선수 중 두 번째로 느렸다.

키가 195㎝에 달하는 볼트는 스타트에 약점을 안고 있다.

볼트는 전성기 시절에도 스타트가 그리 빠르지 못했다. 하지만 넓은 보폭을 앞세워 폭발적으로 가속해 다른 선수들을 제치곤 했다.

하지만 이날 볼트는 느린 스타트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볼트는 "느린 스타트가 레이스를 망쳤다. 예전에는 레이스를 하면서 만회했는데, 이번에 그러지 못했다"며 "이것이 내가 진 이유"라고 진단했다.

이어 "금메달을 추가하지 못해 실망스럽다.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해 슬프다"고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100m 예선을 마친 뒤 스타팅 블록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던 볼트는 "결승에서도 스타팅 블록이 완전히 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레이스를 해야한다"며 "그것을 핑계로 삼지는 않겠다"고 전했다.

볼트는 개틀린의 우승에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그는 "개틀린은 훌륭한 경쟁자다. 개틀린과 레이스를 할 때에는 최선을 다해야 했다"며 "개틀린은 좋은 사람이고, 그와 경쟁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명의 관중은 이날 볼트에게 뜨거운 환호성을 보냈다. 레이스 후에도 볼트를 연호했다.

볼트는 "정말 멋진 순간이었다. 다른 어떤 관중에게도 이런 환호를 기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날 100m 결승은 볼트가 마지막으로 펼치는 개인 종목 레이스였다. 이번 대회 200m에 출전하지 않는 볼트는 13일 남자 400m 계주에서 은퇴 전 마지막 레이스를 펼친다.

볼트는 "세계에 내가 위대한 선수 중 하나라는 것을 보여줬다. 오늘 밤에 어떤 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로서 나의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육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고,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독특한 모습을 보여왔다. 다르게 행동했다"며 "나 같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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