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태권도는 새롭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일본 무예 가라데와 자존심을 건 경쟁을 펼쳐야 한다.

태권도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고 5번의 올림픽을 치렀지만 가라데는 이제 첫 올림픽 정식 무대를 앞두고 있을 만큼 올림픽에서 두 종목의 위상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올림픽 종목 개편을 논할 때 태권도 퇴출설은 단골 메뉴였다. 재미없고 지루한 경기 방식은 올림픽 종목 중 가장 인기와 거리 먼 종목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이런 태권도가 경기의 박진감을 더하고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서 확고한 지위를 얻기 위해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다.

24일 전북 무주군 태권도원에서 개막한 '2017 세계태권도연맹(WTF)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 대회'가 그 새로운 변화의 첫 시험대다.

변화의 핵심은 경기의 재미와 박진감을 더하고 관중이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동안에도 올림픽을 앞두고 더 이상 무도가 아닌 스포츠로서 관중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했다.

퇴출 논의가 가장 활발했던 2012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전자호구와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해 판정의 공정성을 높여 위기를 넘겼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는 공격적인 경기를 유도하기 위해 경기장을 기존 사각에서 팔각으로 바꾸고, 몸통 회전 공격 배점을 늘렸다. 도복 색깔도 각국의 특색에 맞게 다채로운 색상의 하의를 입을 수 있도록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전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바뀌었고, 다양한 공격이 시도됐다. 변방이었던 아프리카에서 메달리스트가 쏟아졌고, 요르단은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태권도에서 땄다.

WTF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시 한 번 변화를 주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캐나다 버나비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경기규칙을 일부 개정했다.

몸통 회전 공격에 대한 배점을 늘리자 공격이 훨씬 다양해 진 것을 감안해 발 몸통 공격의 배점을 1점에서 2점으로 확대했다. 발펜싱이란 신조어가 뿌리 내리기 전에 3초간 다리를 그냥 올리거나 상대방의 유효한 공격을 막으려 허공에 3초간 다리를 차는 행위도 감점을 주기로 했다.

여기에 기존 경고 10회 또는 감점 5회를 받으면 감점패였으나, 모두 감점으로 통일해 감점 10회를 받으면 감점패 하도록 했다.

이렇게 바뀐 규정은 이번 무주 세계태권도 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인다. 세계 태권도 최정상급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새 규정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 경기가 더욱 흥미로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자 68㎏급 간판스타이자 올림픽에서 2개의 메달(은메달 1, 동메달 1) 딴 이대훈(25.한국가스공사)은 "첫 대회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지마 경기가 흐름이 끊기지 않고 좀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될 것 같다"며 "경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을 더 필요로 하겠지만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이란 생각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 이대훈을 8강에서 꺾고 금메달 딴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는 "경기가 점점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태권도를 관람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여자 선수들도 마찬가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여자부 67㎏급 금메달리스트인 오혜리(27.춘천시청)는 "세계연맹에서 계속해서 룰을 바꾸고 있다는 것은 박진감 있는 경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바뀐 룰에 잘 적응하고 관중들이 열광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57㎏급 올림픽 2연패의 주인공 제이드 존스(영국)는 "상당히 경기를 흥미롭게 만들고 있고, 보기에도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점수도 많이 딸 수 있기 때문에 점수 차를 벌릴 수 있는 새로운 규정을 익히고 습득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조정원 WTF 총재는 "스포츠는 변해야 한다. 대중이 흥미를 잃으면 올림픽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태권도는 변화를 주면서 재미를 만들고 있다"며 "이제 관중, 미디어 친화적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 도쿄 올림픽 이후에도 정식 종목에 들기 위해 나름대로 차별성을 두고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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