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물 갔다’던 마린보이의 화려한 부활
뉴시스입력 : 2016. 12. 19(월) 16:50
마린보이’ 박태환(27)이 완벽하게 부활했다. 박태환은 지난 12일 끝난 제13회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 400m와 200m, 1500m를 제패했다. 실로 오랜만에 경험하는 세계 정상이었다.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냈던 박태환은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건재를 과시하며 제2의 전성기를 예고했다.
▲혹독했던 4번째 올림픽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올림픽은 선수들에겐 최대의 이벤트다. 대다수 선수들이 대업을 앞두고 훈련에 매진할 시간에 박태환은 출전 여부를 두고 속앓이를 해야 했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2014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태환은 당시 국제수영연맹(FINA)이 실시한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을 보였다. 그의 몸에서 나온 성분은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1종 금지약물로 분류하고 있는 테스토스테론. 이듬해 3월 FINA는 박태환에게 18개월 선수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손꼽아 기다렸던 징계 만료일인 3월2일이 됐지만 더 큰 장벽이 그를 가로 막았다. 대한체육회는 ‘금지약물로 적발된 이는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들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이중 처벌이 세계적으로 통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앞서 여러 차례 증명됐지만 대한체육회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뒤늦게 밝혀졌지만 이 과정에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압박도 있었다. 김 전 차관은 5월25일 오전 박태환 측과 만나 대한체육회의 뜻을 굽히지 않고 올림픽에 나설 경우 각종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뉘앙스의 말들을 내뱉었다. “예를 들어 (대한체육회의 반대를 꺾고 올림픽에 나가면) 단국대학이 부담 안가질 것 같아? 기업이 부담 안가질 것 같아? 대한체육회하고 싸운 애인데. 예를 들어 대한체육회하고 싸워서 이겼어. 이긴 게 이긴 게 아니라고 난 그렇게 보는 거예요” 등의 말들은 포기 강요나 다름없었다.
‘체육 대통령’으로 통하던 김 전 차관에 박태환은 굴복하지 않았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던 올림픽을 위해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법정 공방까지 벌였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예상대로 박태환의 손을 들어줬다. 국내 법원 역시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이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렵게 자유의 몸이 됐지만 이미 박태환은 만신창이가 된 뒤였다. 호주에서 훈련을 해왔지만 불투명한 미래를 떠올리며 정상적으로 물살을 가르기란 쉽지 않았다.
결과는 참담했다. 박태환은 주 종목이자 자신에게 올림픽 챔프의 타이틀을 선사한 자유형 400m에서 결승에도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3분45초63로 전체 50명 중 10위에 그쳤다. 가장 자신 있던 자유형 400m에서 미끄러졌으니 나머지 종목은 안 봐도 뻔했다. 자유형 200m와 자유형 100m에서는 세계 수준과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상황이 꼬일 대로 꼬이자 박태환은 마지막 자유형 1500m를 포기한 채 조기 귀국길에 올랐다. 2008년 베이징대회와 2012년 런던대회에서 연거푸 메달을 수확했던 박태환은 중학생 시절 나섰던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12년 만에 빈손으로 꿈의 무대에서 퇴장했다. 명예 회복을 꿈꿨던 그의 가슴에는 아픈 기억만 하나 더 생겼다.
▲‘독기’ 품고 기록으로 증명했다
박태환의 4번째 올림픽이 처참한 실패로 막을 내리자 그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이 흘러 나왔다. 세계 수영계의 빠른 세대교체와 박태환의 나이가 수영 선수로서는 전성기가 지난 20대 후반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며 한 물 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미 선수 생활 연장으로 마음을 굳힌 박태환에게 남은 선택지는 직접 건재를 과시하는 것뿐이었다.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던 그는 기록으로 건재를 입증됐다.
박태환은 지난 10월 제97회 전국체육대회 자유형 400m에서 3분43초68을 찍었다. 두 달 사이에 무려 2초를 줄인 것이다. 가브리엘 데티(이탈리아)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동메달을 딸 당시 기록인 3분43초49와도 큰 차이가 없었다. 한 달 뒤 열린 제10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오랜만에 수영 국제대회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박태환은 자유형 100m와 200m·400m·1500m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쑨양(중국)이나 하기노 고스케(일본) 같은 정상급 선수들이 빠졌다고는 해도 이기는 법을 다시 맛봤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회복의 단계를 높여가던 박태환은 마침내 고대했던 세계정상에 복귀했다. 박태환은 FINA 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3분34초59로 알렉산드로 크라스니크(러시아·3분35초30)의 추격을 따돌리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밟았다. 아시아 선수가 쇼트코스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한 것은 박태환이 처음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아시아 최초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가 된 이후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셈이다.
▲내년 세계대회와 2020년 올림픽
2016년의 마지막을 기분 좋게 박태환은 내년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롱코스)를 타깃에 두고 있다. 이 대회는 박태환의 현재 위치를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진짜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원하는 성적을 거둘 경우 2020년 도쿄올림픽 프로젝트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4년 뒤 박태환은 한국 나이로 32살이 된다. 수영에서의 전성기인 20대 초반과는 언뜻 봐도 거리가 상당하다.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수영 영웅’인 마이클 펠프스(미국)는 박태환이 갖고 있던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꿔줬다. 박태환보다 4살이 많은 펠프스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거머쥐며 화려하게 은퇴했다. 박태환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끝난 뒤 도쿄올림픽에 대해 “일본은 한국과 가까운 나라이기 때문에 리우보다는 환경이 좋을 것이다. 성적에 보탬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은 든다”면서 “물론 나이도 중요하다. 하지만 펠프스를 보면 (다음 올림픽에) 나가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혹독했던 4번째 올림픽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올림픽은 선수들에겐 최대의 이벤트다. 대다수 선수들이 대업을 앞두고 훈련에 매진할 시간에 박태환은 출전 여부를 두고 속앓이를 해야 했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2014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태환은 당시 국제수영연맹(FINA)이 실시한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을 보였다. 그의 몸에서 나온 성분은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1종 금지약물로 분류하고 있는 테스토스테론. 이듬해 3월 FINA는 박태환에게 18개월 선수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손꼽아 기다렸던 징계 만료일인 3월2일이 됐지만 더 큰 장벽이 그를 가로 막았다. 대한체육회는 ‘금지약물로 적발된 이는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들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이중 처벌이 세계적으로 통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앞서 여러 차례 증명됐지만 대한체육회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뒤늦게 밝혀졌지만 이 과정에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압박도 있었다. 김 전 차관은 5월25일 오전 박태환 측과 만나 대한체육회의 뜻을 굽히지 않고 올림픽에 나설 경우 각종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뉘앙스의 말들을 내뱉었다. “예를 들어 (대한체육회의 반대를 꺾고 올림픽에 나가면) 단국대학이 부담 안가질 것 같아? 기업이 부담 안가질 것 같아? 대한체육회하고 싸운 애인데. 예를 들어 대한체육회하고 싸워서 이겼어. 이긴 게 이긴 게 아니라고 난 그렇게 보는 거예요” 등의 말들은 포기 강요나 다름없었다.
‘체육 대통령’으로 통하던 김 전 차관에 박태환은 굴복하지 않았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던 올림픽을 위해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법정 공방까지 벌였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예상대로 박태환의 손을 들어줬다. 국내 법원 역시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이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렵게 자유의 몸이 됐지만 이미 박태환은 만신창이가 된 뒤였다. 호주에서 훈련을 해왔지만 불투명한 미래를 떠올리며 정상적으로 물살을 가르기란 쉽지 않았다.
결과는 참담했다. 박태환은 주 종목이자 자신에게 올림픽 챔프의 타이틀을 선사한 자유형 400m에서 결승에도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3분45초63로 전체 50명 중 10위에 그쳤다. 가장 자신 있던 자유형 400m에서 미끄러졌으니 나머지 종목은 안 봐도 뻔했다. 자유형 200m와 자유형 100m에서는 세계 수준과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상황이 꼬일 대로 꼬이자 박태환은 마지막 자유형 1500m를 포기한 채 조기 귀국길에 올랐다. 2008년 베이징대회와 2012년 런던대회에서 연거푸 메달을 수확했던 박태환은 중학생 시절 나섰던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12년 만에 빈손으로 꿈의 무대에서 퇴장했다. 명예 회복을 꿈꿨던 그의 가슴에는 아픈 기억만 하나 더 생겼다.
▲‘독기’ 품고 기록으로 증명했다
박태환의 4번째 올림픽이 처참한 실패로 막을 내리자 그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이 흘러 나왔다. 세계 수영계의 빠른 세대교체와 박태환의 나이가 수영 선수로서는 전성기가 지난 20대 후반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며 한 물 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미 선수 생활 연장으로 마음을 굳힌 박태환에게 남은 선택지는 직접 건재를 과시하는 것뿐이었다.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던 그는 기록으로 건재를 입증됐다.
박태환은 지난 10월 제97회 전국체육대회 자유형 400m에서 3분43초68을 찍었다. 두 달 사이에 무려 2초를 줄인 것이다. 가브리엘 데티(이탈리아)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동메달을 딸 당시 기록인 3분43초49와도 큰 차이가 없었다. 한 달 뒤 열린 제10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오랜만에 수영 국제대회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박태환은 자유형 100m와 200m·400m·1500m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쑨양(중국)이나 하기노 고스케(일본) 같은 정상급 선수들이 빠졌다고는 해도 이기는 법을 다시 맛봤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회복의 단계를 높여가던 박태환은 마침내 고대했던 세계정상에 복귀했다. 박태환은 FINA 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3분34초59로 알렉산드로 크라스니크(러시아·3분35초30)의 추격을 따돌리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밟았다. 아시아 선수가 쇼트코스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한 것은 박태환이 처음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아시아 최초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가 된 이후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셈이다.
▲내년 세계대회와 2020년 올림픽
2016년의 마지막을 기분 좋게 박태환은 내년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롱코스)를 타깃에 두고 있다. 이 대회는 박태환의 현재 위치를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진짜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원하는 성적을 거둘 경우 2020년 도쿄올림픽 프로젝트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4년 뒤 박태환은 한국 나이로 32살이 된다. 수영에서의 전성기인 20대 초반과는 언뜻 봐도 거리가 상당하다.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수영 영웅’인 마이클 펠프스(미국)는 박태환이 갖고 있던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꿔줬다. 박태환보다 4살이 많은 펠프스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거머쥐며 화려하게 은퇴했다. 박태환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끝난 뒤 도쿄올림픽에 대해 “일본은 한국과 가까운 나라이기 때문에 리우보다는 환경이 좋을 것이다. 성적에 보탬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은 든다”면서 “물론 나이도 중요하다. 하지만 펠프스를 보면 (다음 올림픽에) 나가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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