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 해 대한민국 스포츠는 어느 해보다 굵직한 일들이 많았다. 한국 체육의 위상을 드높이는 기념비적인 일도 있었지만 반대로 체육계 근간이 흔들릴 만한 대형 악재도 터졌다. 올 초 체육계 숙원인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가 하나 된 통합 대한체육회가 출범했다. 초대 수장인 이기흥 회장 선출과 함께 한국 체육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초석 다지기에 돌입했다. 이역만리 남미에서 열린 리우올림픽에서는 태극전사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국민들에게 감동과 환희의 순간을 선사했다.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골프여제 박인비는 부상투혼을 발휘하며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고, 양궁은 전 종목 싹쓸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프로야구는 출범 35년 만에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800만 관중을 돌파했지만 승부조작이라는 큰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병신년의 끝자락 온 국민을 혼돈에 빠뜨린 '최순실 게이트'는 체육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순실 일가와 그 측근들은 정권을 등에 업고 온갖 전횡을 일삼으며 체육계를 얼룩지게 만들었다. 올 한 해 한국 스포츠를 떠들썩하게 했던 10대 뉴스를 정리했다. <편집자 주>



◇리우올림픽 지카 위협 속 4회 연속 '톱10'



8월6일 개막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남미에서 열린 첫 올림픽이자 대한민국 올림픽 참가 사상 가장 먼 곳에서 열린 대회다. 개막 전부터 지카 바이러스 창궐과 치안 불안 등 많은 악재와 우려 속에 대회가 열렸다. 전통의 효자 종목인 유도와 레슬링이 노골드에 그쳤고, 구기종목은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그러나 올림픽 사상 첫 전종목을 석권하며 4개의 금메달을 따낸 양궁과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운 태권도, 진종오의 올림픽 3연패, 박인비의 금빛 스윙 등으로 한국은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를 획득했다. 당초 목표로 했던 두 자릿수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208개 참가국 가운데 종합순위 8위에 올라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4회 연속 '톱10'에 들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우여곡절 속 통합체육회 출범...이기흥 회장 선출



엘리트체육을 관장하는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주관하는 국민생활체육회가 하나로 합친 통합 대한체육회가 3월 출범했다. 지난 1991년 국민생활체육회 창립 이후 분리 됐던 두 단체는 25년 만에 '대한체육회'라는 이름으로 뭉치게 됐다. 통합 준비 과정에서 두 단체의 갈등과 불신은 물론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통합의 첫 발을 내딛은 것이다. 이로써 엘리트 선수가 중심이 된 학원 스포츠 주도의 체육 인재 육성 방식에서 벗어나 전국에 산재한 클럽(동호회) 중심의 체육 시스템이 뿌리 내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한지붕 아래 두집 살림을 하던 통합 대한체육회는 10월 첫 통합회장을 뽑는 선거를 실시했다. 이기흥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이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첫 수장에 올랐다. 이 회장의 당선과 함께 대한체육회는 화학적 통합을 이루고 대한민국 체육의 백년대계를 위한 힘찬 행보를 시작했다.



◇'명예의 전당' 박인비, 116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골프 금메달



'골프여제' 박인비(28)는 2016년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올 시즌 초반 허리부상을 시작으로 계속된 컨디션 난조와 손가락 부상으로 대회를 정상적으로 치르기조차 어려웠다. 우승은 커녕 컷 탈락과 기권하기 일쑤였다. 악재 속에서도 지난 6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명예의 전당 입회 자격 요건을 채우는 쾌거를 이뤘다. 역대 25번째이자 LPGA 최연소 명예의 전당 입성(27세 10개월28일)이다. 그러나 계속된 부상으로 리우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했다. 일각에서는 출전권을 양보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박인비는 집념으로 올림픽 무대에 섰다. 한계에 도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 그는 116년 만에 부활한 여자골프 종목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렇게 세계 골프 역사상 첫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4개 메이저대회 우승과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 양궁, 올림픽 사상 첫 전 종목 석권



한국 양궁은 2016 리우올림픽에서 숙원이었던 올림픽 첫 전 종목 석권을 달성했다. 문형철(58) 총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리우올림픽에서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걸려 있는 금메달 4개를 모두 휩쓸었다. 올림픽 양궁 사상 한 국가가 네 종목을 휩쓴 것은 처음이다. 구본찬(23·현대제철), 김우진(24·청주시청), 이승윤(21·코오롱·이상 남자), 장혜진(29·LH), 기보배(28·광주시청), 최미선(20·광주여대·이상 여자)은 4개 종목으로 치러진 이후 28년 동안 누구도 밟지 못했던 고지에 올랐다. 구본찬과 장혜진은 나란히 2관왕에 올랐다.



◇체육계 강타한 '최순실 게이트'



연말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의 화살은 체육계도 피해갈 수 없었다. 대한승마협회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학사농단과 대학 부정입학에 깊숙히 관여했다. '체육대통령'이라 불린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최순실을 등에 업고 체육계를 쥐락펴락했다. 최순실이 출범을 주도한 K스포츠재단에 기업들이 자금을 대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수억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했다. 각종 단체에 자기 사람을 심는 등 인사 전횡은 물론 이권에 개입한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조양호 전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이들의 한마디에 옷을 벗었다. 수영스타 박태환에게는 리우올림픽 출전을 포기할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쑥대밭이 된 대한민국 체육계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됐다.



◇프로야구 승부조작 파문



2012년 프로야구는 LG 트윈스 투수였던 박현준, 김성현이 승부조작에 연루돼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박현준과 김성현은 법원으로부터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4년이 지난 후 NC 다이노스의 전도유망한 투수 이태양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우람(상무) 역시 스캔들에 휘말렸다. 이태양은 야구계에서 퇴출됐고, 문우람은 군 검찰에 구속됐다. 승부조작에 대해 수사가 확대되자 불안감을 느낀 KIA 유창식(전 한화)은 자진신고 기간에 자수해 퇴출을 면했다. 반면 롯데 자이언츠 이성민(전 NC)은 승부조작을 구단에 털어놨지만 NC 구단이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해당 선수를 트레이드해 10억원을 챙겼다는 것이 밝혀지며 야구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두산, 압도적인 전력으로 한국시리즈 2연패 달성



올해는 두산 베어스의 해였다. 시즌 초반부터 막강한 선발진과 상하위 타순을 가리지 않고 터지는 타선을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22승 투수 더스틴 니퍼트를 필두로한 '판타스틱 4'는 한국시리즈까지 빛났다. 최강의 투수들과 최고의 포수 양의지가 만나면서 시즌 내내 맹위를 떨쳤다. 타선에서 박건우·민병헌·김재환·오재일·닉 에반스·김재호는 모두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한 두산은 정규리그 2위팀 NC 다이노스를 한국시리즈에서 만나 1~4차전을 모두 이겨 2년 연속 왕좌를 차지했다. 선발진의 무게감에서 두산이 한 수 위였다. 21년 만의 통합 우승이자 통산 5번째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다.



◇프로야구 최초 800만 관중 돌파



프로야구가 한국 최고의 스포츠라는 걸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올해 프로야구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승부를 펼치며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10개 구단 체제 속에서 역대 최다관중 신기록을 세웠다. 역대 최고인 833만9577명(평균 1만1583명)의 관중을 야구장으로 불러모았다. 다수의 팀이 시즌 막판까지 포스트시즌행 티켓을 획득하기 위해 혈투를 벌여 관중 대박을 터뜨렸다. 삼성 라이온즈의 간판타자 이승엽의 한일 통산 600홈런 등 많은 대기록이 쏟아져 나와 팬들을 즐겁게 했다. 삼성과 넥센 히어로즈는 신축구장 효과를 봤고, 각 구단의 다양하고 흥미로운 마케팅도 관중을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출범 첫 해인 1982년 143만명의 관중으로 시작된 KBO리그는 34년 만에 800만 관중 시대를 돌파했다.



◇전북현대, 10년 만에 아시아 제패



전북현대가 10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탈환했다. 전북은 아랍에미리트(UAE) 알아인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1·2차전 합계 1승1무로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전북이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6년 이후 10년 만이다.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행위가 뒤늦게 적발되면서 이로 인한 승점 삭감으로 K리그 3연패에 실패한 전북은 최대 목표였던 챔피언스리그 제패로 아쉬움을 날렸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정말 어려운 해였는데 선수들이 잘해줬다. 우리가 어려울때 성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이 트로피를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골프여왕' 박세리, 필드 떠나



뜨는 해가 있으면 지는 해도 있는 법. IMF로 허덕이던 1990년대 중후반 골프로 전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박세리가 정들었던 필드에 작별을 고했다. 박세리는 10월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 종료 후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박세리는 LPGA 투어에서 메이저 5승을 포함해 통산 25승을 거두며 아시아인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한국 여자 골프가 세계 최정상의 기량을 발휘하는 것도 박세리가 물꼬를 터줬기 때문이다. 박세리는 “프로골퍼 박세리가 아닌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박세리로 배워가며 노력하겠다. 지금처럼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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