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울며 겨자먹기로 정들었던 팀을 떠나야 했던 정조국(32·광주)이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부활을 넘어 K리그 클래식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선 그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축구 인생 최고의 날"이라며 감격했다.

정조국은 8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했다.

정조국은 기자단 투표에서 전체 유효표 109표 중 46표를 받아 오스마르(서울·39표)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렸다.

정조국은 "기대를 안 했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오랜만에 시상식에 와 즐기기 위해 감독님들, 동료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었다. 너무 큰 상을 주셔서 깜짝 놀랐다"고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2003년 데뷔해 그 해 신인왕을 차지한 정조국은 이후 큰 상과는 연이 없었다. 득점왕은 물론 베스트 11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정조국은 올해 세 개의 상을 모두 휩쓸며 그동안의 설움을 훌훌 날렸다.

정조국은 "다시는 이런 날이 없을 것 같다. 오늘 이 기분을 즐기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프로 데뷔 후 줄곧 서울에서만 뛰던 정조국에게 빨간불이 켜진 것은 2015년. 경찰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팀에 그의 자리는 없었다. 그해 11경기에서 단 1골만을 넣었고, 결국 현역 생활 지속을 위해 광주FC로 떠났다.

정조국은 "작년에 너무 힘들었다. 주마등처럼 그때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면서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 아픔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롤모델로는 전북 현대 공격수 이동국을 꼽았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39살이 되는 이동국은 여전히 K리그 대표 공격수 중 한 명이다.

정조국은 "이동국 선배님처럼 롱런하고 싶다. 8년 간 두 자릿 수 득점을 올리셨던데 정말 대단한 선배님이 좋은 길을 만들어 준 것 같다. 동국이형을 롤모델로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는 아내 김성은과 아들 태하군이 함께 했다.

정조국은 "모든 아빠, 모든 가장이라면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있을 것"이라면서 "가족은 내가 달려야 하는 이유다.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존재다. 힘들 때나 좋을 때 늘 내 옆에서 가장 큰 내 편이 되준다"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우승팀이 아닌 선수가 MVP를 가져간 것은 이번이 4번째다. 특히 준우승팀도 아닌 선수의 수상은 정조국이 최초다.

FC서울을 리그 정상으로 이끌며 감독상을 차지한 황선홍 감독은 "한 것이 별로 없는데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고생한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팬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축구를 위해 책임감을 갖고 하겠다"고 다짐했다.

생애 한 번 뿐인 영플레이어상을 차지한 안현범(제주)은 "내가 받아도 되는 상인지 애매하다. 팀원들이 도와줘서 받은 상"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수상 소감을 통해 힘들었던 과거를 밝히기도 했던 안현범은 "누나가 자기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어릴 때부터 뒷바라지를 했다. 엄마같은 누나다. 많이 울컥했다"며 특히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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