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의 행선지는 어디가 될까.

시애틀이 이대호와 재계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대호는 '출전 기회'를 최우선 조건으로 고려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시애틀과 1년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이대호는 월드시리즈 종료 이틀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시애틀 지역 신문 '더 뉴스 트리뷴'은 2일(한국시간) 이대호의 귀국 인터뷰를 전하면서 시애틀 구단이 이대호와의 재계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더 뉴스 트리뷴은 "시애틀의 제리 디포토 단장은 이미 구단이 이대호와의 재계약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며 "시애틀 뿐 아니라 FA 시장에도 (왼손 투수를 상대할)플래툰 오른손 타자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대호는 지난달 31일 귀국하면서 "서비스 감독님이 따로 나를 불러 '같이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처음에 왔을 때 잘 몰랐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팀 분위기를 잘 이끌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애덤 린드의 플래툰 파트너로 뛴 이대호는 내년 시즌 계약에 최우선 조건으로 '출전 기회'를 꼽은 상황이다.

이대호와 린드는 올해 시애틀의 1루수 자리를 번갈아 맡았다.

올해 10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3 14홈런 49타점을 기록한 이대호는 75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이 중 54경기가 왼손 투수가 선발로 나섰을 때였다. 오른손 투수가 선발 등판했을 때 이대호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것은 21경기에 불과했다.

이대호는 좌우 투수를 가리지 않지만, 시애틀과 재계약할 경우 올해와 비슷하게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시즌 중 시카고 컵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1루수 유망주 다니엘 보겔벡을 영입한 시애틀은 보겔벡을 내년 시즌 주전 1루수로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가 재계약할 경우 린드와 같은 왼손 타자인 보겔벡의 '플래툰 옵션'으로 뛰게 될 전망이다.

귀국 당시 이대호는 "처음에는 대타 나가는 것도 재미있었는데 경기를 나가다보니 욕심이 생겼다. 마지막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경기를 못 뛰는 것이 억울하고, 더 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경기를 못 뛰는 것이 마지막에 너무 후회가 되더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가 가장 행복한 것은 경기를 뛰고 있을 때, 야구를 하고 있을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출전 기회가 많은 것이 좋은 것 같다. 능력도 인정받으면 좋을 것 같다. 일단 경기를 많이 뛰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대호가 더 많은 기회를 보장하는 메이저리그의 다른 구단을 찾거나 한국 또는 일본으로 돌아오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 이글스가 장타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이대호 영입에 나선다는 보도도 나온 상황이다.

"추측이 없었으면 한다. 쉬면서 생각을 많이 해봐야 할 것 같다"며 깊은 고민을 드러낸 이대호가 올 겨울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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