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강형주 법원장)이 형사재판의 심리기간 단축을 시도한 데 이어 민사재판에서도 속도를 내 처리하기로 했다니 여기에 거는 기대가 크다. 사건 절차 진행과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재판 신뢰를 높여가기 위한 하나의 방책으로 여겨진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122명의 민사합의·항소부 판사들이 모여 '사실심 충실화 및 국민과 소통하는 민사재판'을 주제로 워크숍을 열고 충실하게 심리를 하면서 유형에 따라 신속히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동안 민사재판은 각 판사가 맡는 사건 수가 형사재판에 비해 훨씬 많고 피고인의 구속 여부에 따라 사건을 빨리 진행해야 하는 형사재판과 달리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아 1심 판결이 나는 데만 적어도 1년, 길게는 2∼3년씩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이에 따른 소송 당사자들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기 위해 몇 가지 실천 방안을 마련했다.

사건 기록을 검토해 조기에 유형화하고 처리 방향을 결정해 사건 내용과 난이도, 당사자의 태도 및 변론능력 등에 따라 차별화해 관리하는 방식을 시도한다.

접수된 사건 기록만으로 쟁점이 이미 드러난 사건은 변론기일이나 변론준비기일을 일찍 지정하고 쟁점이 드러나지 않은 사건은 석명준비명령을 내려 소송 당사자들이 명확한 주장을 펼수 있도록 한다.

건물·토지인도, 손해배상 소송처럼 측량이나 시가 감정, 신체 감정, 인증등본 등 증거가 꼭 필요한 사건은 재판부가 사건 접수 직후 준비명령을 내려 증거를 신속히 확보하게 한다.

법원의 이번 조치로 재판의 방향, 심리 경과를 조기에 당사자에게 투명하게 밝혀 절차의 예측 가능성과 결과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