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는 가정에서는 부모님 말씀 잘 듣고, 학교에 가면 선생님 말씀 잘 들으면 칭찬을 받았다. 물론 가정에서 형제 간에 싸우지 않고 잘 지내야 하고 밖에서는 많지 않은 친구들과 모나지 않게 행동해서 잘 지내야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여러 방면, 여러 계층, 여러 성격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 활동 범위도 넓어지면서 우리는 본의 아니게 남과 갈등을 빚게 되고 대립과 미움의 관계로 변하게 되는 경험을 한두 번 쯤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잘났건 못 났건, 잘 살든 못 살든 어떠한 부모도 자기 자식을 낳을 때, 착하고 부지런하고 남을 서로 도우며 행복하게 살기를 간절히 바라지 않는 부모가 없을 것이다.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인종과 종교와 지역과 민족을 따질 것 없이 모두가 한결같이 같을 것이다. 부모의 간절한 기원(祈願)과 사랑을 받고 자란 자식들이 자라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고 잘못되고 범죄까지 저지르는 사람으로 변해간다. 어떤 한 사람의 성공도, 실패도, 좌절도 개인적인 요인과 가정적인 요인, 사회적인 요인 등 많은 직접 원인과 간접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불교에서는 이 세상 모든 존재는 원인 없는 결과가 없다는 인과법칙(因果法則)이 이 세상의 존재 원리, 우주의 진리라고 가르치고 있다. 결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는 인과법칙은 현대 과학에서도 인정되는 중요한 진리이다. 쉽게 말하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필 난다는 것이 인과법칙이다. 불경을 보면, 어떤 결과를 생기게 하는 직접 원인을 인(因)이라고 하고, 간접 원인을 연(緣)이라고 부르고 있다. 콩나무가 자라서 콩이 열렸다면, 씨앗이 된 콩이 인이고, 흙과 햇빛과 물 등은 연이라고 한다. 그래서 인과 연이 만나서 어떤 존재가 나타나게 된다는 의미에서 인연생기(因緣生起)라고 한다.

인과법칙을 이것이 있으니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니 저것이 일어난다(此有故彼有 此起故彼起)고 설명하기도 한다.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생긴 것이다(一切法從因緣生).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생기고 인연 따라 없어진다(諸法從因生 諸法從因滅)고 불교는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불교적 인생관, 불교적 세계관으로 말하면 자기 인생의 모든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는 일차적으로 자기 자신의 행위로 지은 결과물이다. 자기 자신의 삶과 운명은 자기 자신의 책임이라는 다소 불편한 진실을 말하고 있다. 자신의 몸과 입과 마음(身口意)으로 지은 업(業, Karma)이 바로 자기 자신의 삶이요, 운명이라는 것이다.

문제의 진단이 나왔으니 문제의 해결도 나올 수 있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자기 자신에게서 찾으라는 것이다. 자신이 좀 더 부지런하고 좀 더 너그러워지고 좀 더 남에게 베풀어주고 좀 더 올바른 생각과 진실 된 말과 성실한 행동을 하라는 것이 모든 성현들의 공통된 가르침이기도 하다. 남이 나애게 잘 해 주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먼저 베풀어주고 잘 해 주어야 한다. 남이 변하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먼저 변화하고 남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남이 나와 다르다고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탓하지 말고 남이 나와 다른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우며, 그래서 서로 배우고 용납하고 보완하고 의지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면서 살아가라는 것이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하늘의 명령이요, 우리 인간이 걸어가야 할 숙명이다.

이와 같은 삶의 이치는 비단 개인에게만 타당한 진리가 아니고, 어떠한 사회적인 조직체이거나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타당한 명제(命題)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의 장점과 고마운 점은 잊어버리거나 보지 않고 상대방의 잘못과 단점만을 생각하고 지적하고 비판한다면 모든 관계는 좋은 관계가 될 수가 없다. 남 탓만 해서는 관계가 더욱 악화되거나 파탄나기 쉽다. 현재의 자기 자신의 모습과 남과의 관계도 자기 자신이 지은 인과(仁果)요, 업보(業報)라고 생각하고, 주어진 현재와 현실에 늘 감사하고 부지런하고 착하게, 그리고 끈질기게 현재의 상황을 개선해 나가도록 노력을 쉬지 않아야 좋은 관계, 밝은 미래, 순탄한 운명이 열리게 된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관계를 맺어가며 유지한다는 것이다. 관계는 인연이다. 우리는 누구나 좋은 관계, 좋은 인연을 만들어 나가고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죽는 날까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게으르고 교만하고 이기적이어서는 나도, 남도 모두가 불행해지고 관계는 파탄난다. 절제하지 않으면 인연은 파탄난다. 하나하나의 관계가 자기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무서운 이치를 우리는 한두 번쯤 몸으로 뼈아프게 경험한 바 있다. 모든 일의 성패(成敗)와 행(幸)·불행을 쓰라리지만 자기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고 생각해야 관계의 개선과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그래서 인류의 모든 성현(聖賢)들이 자기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위를 잘 해야 한다는 도덕적이고 교육적인 교훈을 한결같이 강조하고 많은 행동 규범들을 제시했다. 특히 2559년 전에 태어나신 부처님은 ‘너 자신을 등불로 삼고 진리를 등불로 삼으라(自燈明 法燈明)’는 위대한 교훈을 남겨 주었다. 모든 것은 자기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문제이니, 너 자신이 정신 차려서 좋은 인연, 좋은 관계를 만들어서 밝은 운명을 밝혀 나가라는 가르침이다. 인간의 갈 길을 밝혀주신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