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영화 ‘연평해전’이 개봉되어서 13년 전, 2002년 6월 29일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도에서 벌어진 제2 연평해전이 재조명되고, 안보와 함께 통일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 해군 장병 6명의 전사자는 고속 전함(戰艦)으로 다시 태어나서 서해 바다에서 작전을 하고 있다. 2000년 6월 역사적인 6·15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어 남북관계가 화해무드였고 한일 월드컵축구 막바지의 국민적인 축제의 물결에 뒤덮여 묻혀서 지나간 측면이 있다. 1999년 6월 15일에는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군함을 남한 해군 전함들이 함미(艦尾)를 밀거나 서로 충돌하다가 총격전을 벌인 제1연평해전이 있었다. 문제의 북방한계선(NLL)은 왜 남분 분쟁의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는가. 1951년 11월 군사분계선 설정 당시 육상경계선에 대한 양측 합의는 이루어졌으나, 동서 해안의 해상경계선에 대해서는 남북한 사이에 명시적인 합의가 없었다. 이에 유엔군은 서해상에 당시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영해 기준 3해리를 고려하고 연평도·백령도 등 5개 도서와 북한 지역과 개략적인 중간선을 기준으로 북방한계선을 설정하였으나 북한 측은 이를 유엔군의 일방적 조치라며 그 효력을 부인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 때문에 전후에 해상에서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같은 핏줄을 나눈 동포형제끼리 수백만 명이 죽고 죽이고 피 흘린 동족상잔(相殘)의 6·25전쟁을 치르고도 부족해서 해방 70년, 분단 70년을 맞이하고도 남북으로 갈라져서 서로 총부리를 맞대고 대결과 비방을 계속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 있다. 지금도 전쟁을 완전히 종식시키고 서로 수교(修交)하여 대사관을 개설하고 자유 왕래하는 평화 우호관계를 갖지 못하고, 전쟁을 잠시 쉬고 있는 휴전(休戰) 상태요, 정전(停戰)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불행한 우리 민족이다.

6·25전쟁 때, 같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는 함께 살 수 없는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철천지원수, 공산주의 종주국, 빨갱이 공산당 적(敵)이었던 철(鐵)의 장막 소련과는 1990년에, 중공 오랑캐, 6·25동란 때 북진통일의 방해자 공산당 정권의 중공과는 1992년에 국교(國交)를 정상화하여 서로 대사관을 개설하고 친구 나라가 되어서 정상(頂上)들이 상호 방문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상호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같은 말을 쓰고 같은 피를 나눈 부모 형제이기에 다른 적성(敵性)국가들이나 비우호적인 국가들 보다도 먼저 화해하고 교류하고 수교해서 평화통일과 민족번영을 위하여 손잡고 나가야 하는데, 거꾸로 뒤로 역주행(逆走行)하고 있는 남북관계의 현실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속수무책의 자신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플 뿐이다. 평화통일과 민족번영을 위한 집권세력과 정치 지도자의 안목과 결단, 실천이 가장 중요하고, 정치세력과 정치 지도자를 뽑는 국민들의 선택권의 행사인 투표가 가장 중요하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절감한다. 국내 문제 뿐만 아니라 남북문제에서도 가장 큰 힘과 영향력, 키를 쥐고 있는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 권력 결정권자들의 대북관(對北觀)과 통일관, 철학과 실천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얼마 전 국회남북관계특위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지속적인 대북정책’이란 주제로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독일처럼 기민당에서 사민당으로, 사민당에서 기민당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동방 정책이라는 통일정책은 중단 없이 지속되어서 우리 정부도 정권의 교체에 관계없이 대북정책은 일관성 있게 지속되어야 한다고 여야 통일관계 국회의원들과 통일 전문가 교수들이 합의하여 의견서를 채택했다. 정의화 국회의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참석하여 축사를 했다.

지난달 25일(목)부터 27일(토)까지 여수 액스포컨벤션센터에서 한국국제정치학회가 ‘광복과 분단 70년’이라는 대 주제 아래 한국 국제저치의 과제와 실천‘이라는 소주제로 2015 하계학술대회가 있었다. 나는 제7회의실 ’한국 평화체제의 구축과 국제 정치학‘ 주제 아래 ’동북아 정세의 변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 발표 논문에 대한 토론자로 참석했다. 나의 토론 요지는 다음과 같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인 1972년 7월 4일, 합의 발표된 ’7·4남북공동선언‘ 조국통일원칙들은 첫째, 통일은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을 받음이 없이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둘째, 통일은 서로 상대방을 반대하는 무력행사에 의거하지 않고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하여야 한다. 셋째, 사상과 이념,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우선 하나의 민족으로서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하여야 한다.

노태우 대통령 시대인 1991년 12월 13일 발표된 남북합의서(원래 명칭: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 제1조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제2조 남과 북은 상대방의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아니한다. 제3조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을 하지 아니한다. 제4조 남과 북은 상대방을 파괴·전복하려는 일체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

김대중 대통령 시대인 2000년 6월 15일, 평양에서 김장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서 합의 서명한 ‘6·15남북공동선언’과 노무현 대통령 시대인 2007년 10월 4일, 평양에서 김장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서 합의 서명한 ‘7·4남북정상선언’은 1972년의 ’7·4남북공동선언‘과 1991년의 ’남북합의서‘를 계승 발전시킨 것이다. ‘6·15남북공동선언’이라면 무조건 거부반응을 보이는 보수집권세력은 지금이라도 정권 차원이 아닌 긴 안목으로 역사와 민족을 바라보는 획기적인 개안(開眼)과 선제적인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착수해 주기를 간절히 촉구한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