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추운 겨울날 어스름 해 질 녘까지도 할머니는 굽는 등을 펼 새도 없이 재활용품과 폐지에 묻은 눈을 털어내기에 바쁘다. 자그마한 손수레는 새벽부터 온종일 길에서 주워 모은 폐지로 가득 찼다. 하지만 이걸 팔아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몇 천원이 전부로 난방은 생각지도 못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이웃의 모습이다. 우리는 폐지 할머니처럼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을 얼마만큼이나 생각하고 있을까?

연말이 되니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한 행사들이 많이 열리고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카드단말기가 설치된 자선냄비까지 등장하고 매년 기업이나 사회단체에서도 성금을 내지만 고아원이나 양로원,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나 자치단체도 예산 부족으로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어느 날 갑자기 고아가 되어버린 새싹들, 일찍 부모를 여의고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소년소녀가장들, 불우한 노후를 살아가는 외로운 노인들, 마음마저 불편해 괴로워하는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어떻게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이웃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우리 민족 특유의 공동체적 유대감이 필요한 때이다.

나눔은 물질이기 이전에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우리 주변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이 많다. 가슴속으로 병들고 지쳐있는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겨울나기 온정의 손길이 함박눈처럼 온 세상을 덮는 열기로 함께 하길 바란다.



강탁 / 광주지방경찰청 제2기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