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완투수 김진우(29)는 지난 10년 동안 방황과 질곡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선동열 감독의 결번 18번을 부여받을 정도로 촉망 받았던 신인이었다.  2002년 데뷔 첫 해 10승과 탈삼진왕을 따내 진가를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김진우의 행보는 기대를 져버렸고 실망을 안겨주는 일이 많았다.
2007년 시즌 도중 팀을 이탈해 임의 탈퇴 선수로 묶였고 3년 동안 야구공을 놓고 방황했다. 돌아올 곳은 야구였으나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도 길을 터준 동료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3년만에 팀에 복귀했다. 갖은 노력과 훈련을 통해 2011시즌 1군에 복귀했다.
주로 불펜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10경기에서 8⅔이닝을 던졌다. 방어율은 5.19. 활약도 보다는 일단 마운드에 올랐다는 점이 성공적이었다. 1군에서 제외됐지만 10월 SK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엔트리에 포함돼 소방수로 가능성을 보였다. 낙차 큰 커브는 여전했다. 2012시즌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었다.
선동열 감독이 부임하면서 다시 신발끈을 동여맸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작년 11월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에서 "감독님의 모든 것을 빼앗고 싶다"면서 훈련을 거듭했다. 선 감독은 캠프를 마치면서 김진우의 모습에 흡족한 평가를 내렸다. 가장 성실하게 훈련을 소화한 투수에게 주는 자체 MVP상을 안겨줄 정도로 애정을 보여주었다.  물론 내년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되어 있다.
2012년을 맞는 김진우는 희망에 가득차 있다. 지난 10년 간의 방황을 끝내고 새롭게 야구인생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선 감독의 투수진에서 선발 또는 마무리 진에서 활약하는 10명의 주력투수진에 김진우를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새해 KIA 마운드는 불펜에서 중심을 잡고 던질 수 있는 필승맨이 절실하다. 김진우가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은 완벽한 것은 아니다. 김진우가 마운드의 버팀목이 되기 위해서는 직구의 스피드를 되찾고 제구력도 다듬어야 한다. 가끔 무너지는 투구밸런스를 완전하게 잡아야 한다. 선동열 감독이 애리조나 캠프에서 집중적으로 조련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야말로 김진우가 제몫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은 크다.  과연 김진우가 어떤 모습으로 마운드에 오를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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